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며칠 전에 친구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가구와 전자제품 등을 쭉 둘러봤어요. 친구가 곧 강원도로 이사를 가서 집에 가구와 전자제품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데, 같이 가서 보자고 해서 함께 둘러봤어요. 백화점에 가서 둘러보다 보니 생각보다 더 남한 국산품이 많더라고요. 원래 백화점에는 국내 제품뿐만 아니라 해외 제품들도 많이 들여놓고 팔잖아요? 특히 남한은 자본주의 사회니까 값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면 해외제품을 잔뜩 갖다 놓고 팔아야 하는데, 해외제품보다 품질이 좋고 저렴한 국산 제품이 꽤 많았어요.
기자: 특별히 어떤 제품들을 둘러보셨나요?
이순희: 주로 새집에 들여놓을 가구와 전자제품들을 둘러봤는데요. 가구는 각양각색의 제품이 많았어요. 전자제품은 텔레비전부터 냉장고, 세탁기, 로봇청소기, 밥솥, 에어프라이어 등을 봤어요. 그런데 친구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모두 국산 제품이더라고요. 심지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에서도 남한 제품이 질이 좋다고 수입해 가니 말 다했죠. 전 세계 어디에도 남한 상품을 팔지 않는 나라가 없을 거예요. 게다가 남한에 살면 외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남한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을 테니 국산 제품을 안 쓸 이유가 없잖아요? 예전에는 "국산품을 애용해서 나라 발전에 기여하자"며 국산품을 일부러 썼는데 요즘은 그냥 국산품이 다른 나라 제품보다 성능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자: 해외 수입품보다 국산품이 더 비싼 경우도 많지 않나요?
이순희: 맞아요. 품질 때문에 혹은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인건비가 비싸니까 더 국산품이 비쌀 때가 있는데요. 특히 매트리스 같은 경우에는 젊은 사람들이 자취하면서 쓰기에는 비싼 게 많더라고요. 그런데 걱정할 필요 없는 게 또 그에 맞춰서 품질이 조금 낮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국산 제품들도 많아요. 그런 국산 제품이라고 해도 아주 질이 낮은 건 아니라서 자취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애용해요.
기자: 북한에서는 주로 국산품과 해외 수입품 중에 어떤 걸 더 많이 쓰셨나요?
이순희: 제가 북한에 살 때는 북한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별로 없어서 중국 제품을 많이 썼어요. 북한에서 생산하더라도 북한 국민들이 모두 이용할 만큼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웠어요. 그만큼 재료도 없고, 있다고 해도 생산 공장을 돌릴 여력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투박하고 실용성이 없고 모양도 예쁘지 않은 제품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거의 중국 제품을 많이 썼어요. (북한에서) 사람들끼리 "중국 제품이 아니면 북한에서 쓸 게 뭐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기자: 요즘 남한에서도 중국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중국 해외 배송 주문량도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어떤가요?
이순희: 그것도 맞긴 해요. 물가 차이도 있고 인건비가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같은 물건이라도 중국에서 직접 배송해서 받는 상품은 더 저렴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한에서도 중국 직배송이 인기가 많아졌는데요. 다만 국산에 비해 질이 나쁘고 가짜 상품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신뢰도가 높진 않아요. 제 주변에서도 한창 중국상품을 주문하는 유행이 불었었는데요. 온라인상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던 부엌 용품들을 주문해서 막상 써보니 형편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요새 제 주변에 중국상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확 줄었어요. 또 중국산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있다보니까 전자제품을 살 때도, 옷을 살 때도, 용기를 살 때도 중국산인지 확인하고 사는 버릇이 생겼어요.
기자: 남한에 정착한 후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건가요?
이순희: 네, 그래요. 저는 북한에 들여오던 중국 쌀을 주로 먹었는데 정말 품질이 안 좋았어요. 남한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중국에서도 가축에게나 줄 법한 질이 떨어지는 쌀을 북한 정부에서 수입했던 것 같아요. 또 밀수로 들여오는 중국 제품을 쓰곤 했는데 옷은 몇 번 안 입어도 실밥이 뜯어지고, 주방제품은 부러지던 기억이 나요. 전기밥솥에다가 한번 밥하고 다음번에 사용하려니까 제대로 안 돼서 당황하던 기억도 나요. 그런데도 북한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 많아서 질이 나빠도 감사히 먹고, 사용했죠.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 그런 제품들은 잘 쓰지도 않더라고요. 이제 와서 보니 북한도, 애꿎은 중국도 참 미웠어요.
기자: 의류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이순희: 남한에는 온라인 쇼핑몰 시스템이 정말 잘돼 있어요. 예전에는 북한에서처럼 옷들을 진열대에 쫙 진열해 놓고 팔았거든요. 그런데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인기가 확 뜬 것 같아요. 아직도 거리에 나가면 옷가게가 많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옷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요. 인터넷에서 옷을 사면 직접 원단이나 생김새를 보기 힘드니까 주문하기 어려울 것 같잖아요? 그렇지도 않아요. 원단을 확대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실제 구매자들이 직접 착용한 사진을 올리니까 그 후기들을 보고 구매하면 실패 확률이 적어지거든요. 그리고 환불과 반품도 가능해서 온라인 상품 주문에 거부감이 없어요.
또 남한 사람들의 옷 입는 센스가 전 세계적으로 알아줘서 그런지 남한 쇼핑몰에서 파는 옷들은 얼마나 세련됐는지요. 북한에서는 항상 획일적인 스타일에다가 동네 옷 가게만 이용할 수 있으니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정말 많아서 단체복 같았어요. 남한에서는 옷으로 자기 개성을 표현할 만큼 스타일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옷을 얼마든지 구매할 수도 있어요. 텔레비전 채널을 중에도 쇼핑몰 채널이 정말 많아요. 지금 한창 겨울이잖아요. 겨울 동복부터 방화 등 여러 가지 상품들을 많이 파는데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방송 프로그램 보고 또 다른 방송 프로그램 보면서 상품의 질, 가격을 따져보고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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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국민들은 국산품을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어서, 기업들은 이윤을 볼 수 있어서, 국가적으로는 내수시장이 활발해져서 모두에게 좋은 것 같은데요. 그럼, 이순희 씨께서는 이처럼 국산품을 많이 이용하는 모습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들려주시죠.
이순희: 남한에는 제가 말한 가구부터 전자제품, 작은 머리 장식품이나 팬티, 양말, 손수건 등 질 좋은 국산품이 정말 많아요. 종류와 질도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물건을 찾아볼 수 있죠. 사람이라면 이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요. 북한에서는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질이 안 좋더라도 해외 제품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는데, 이처럼 국내 상품의 질을 높여서 국민들의 삶의 질도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기자: 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 국산품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