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이른바 ‘역(逆) 키신저’ 전략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이는 “냉전적 사고방식”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장한후이(張漢輝)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의 발언인데요, 그는 “중·러 관계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관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흔들리는 세계 외교 질서 속에서 중러 관계, 과연 흔들림이 없을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역키신저’ 전략 또는 ‘연아제화’
1971년 미국 닉슨 행정부의 국가안보담당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키신저는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다음 해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습니다. 요즘 ‘역키신저’ 전략이라는 말은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앞에 ‘역’이 붙은 것처럼 반대로 한다는 것이죠.
중화권에서는 이를 ‘연아제화(聯娥制華)’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자로 아는 러시아를 뜻하고 화는 중국을 뜻하니,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 중국을 제한한다’ 이런 의미입니다.
시작하면서 소개한 장한후이 대사의 발언은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 이후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이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전 및 평화 협상을 중재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면서 러시아의 입장을 수용하는 외교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는 러시아를 미국에 더 가까이 끌어당겨 중러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장 대사는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단순한 이해 관계가 아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며 “미·러 관계와 중·러 관계는 두 개의 별개의 궤도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러 관계는 일시적인 사건이나 단기적 목표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중러 관계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 주석도 트럼프 취임 다음날일 21일 푸틴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갖고 “양국은 진정한 친구이며 양국 관계는 어떠한 제 삼자에 의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중-러 무역 균열 보이나?
실제로 중-러 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무역이 급증해 2022년과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상호 의존성도 확대됐습니다. 이 같은 교역 성장은 중국이 러시아의 석유를 구매하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직간접 이중 용도 제품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경제 협력뿐 아니라 중러는 지난 9일부터 인도양에서 이란과 함께 3국이 5일간의 합동 해군 훈련도 갖는 등 군사적 협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냉철한 세계 질서 속에 중러 경제 분야의 균열도 관측됩니다.
중국 언론은 지난달 러시아 당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대표적 프로젝트인 중국-유럽 고속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송을 중단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역점사업인 일대일로 사업에 우방인 러시아가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인지 중국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올해의 우선순위로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운영 보장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대일로의 중요한 길목인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놓고 중러 간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지역에서 북러 양국이 영향력 확대 경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가 중국산 자동차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중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재활용 수수료를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인상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중국산 자동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중 6대 이상이 중국산으로, 점유율은 63%에 달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미국-러시아-중국의 관계가 북한에 주는 영향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밀착과 이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북한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를 보낸 것도 모자라 특수부대 1만 2천 명을 파견한 데 이어, 3천 명의 부대를 추가 파병하면서 러시아를 향한 충성심을 전했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단기적으론 북러 양국 관계가 가까워졌지만,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의 셈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의 말입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대진대 교수] “러-북 관계는 전쟁 이후에는 아무래도 러시아가 북한에 기대하는 수요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약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당면한 과제와 재건 사업에 있어서는 한국이 더 유효한 파트너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또 러시아가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구상해 오던 반미 연대도 물 건너 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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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궈(火锅)는 끓는 육수에 육류나 채소를 즉석에서 담갔다가 익혀서 바로 먹는 중국의 탕 요리를 말합니다. 중국에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훠궈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전국시대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훠궈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식당에 가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훠궈를 주문해 먹는데, 최근에는 한국에도 훠궈가 상륙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한 유명 훠궈 식당에서 한 청년이 술에 취해 냄비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었습니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상하이의 한 식당에서 벌어진 이른바 ‘소변 테러’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며 중국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논란이 일자 상하이 경찰은 영상을 올린 혐의로 두 명의 남성을 붙잡았는데요. 상하이 공안당국에 따르면 구속된 이들은 17세의 남성 탕 모 씨와 우 모 씨입니다.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자 중국 인터넷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웨이보에는 이 사실을 보도한 지역 매체의 게시글에 1천 개의 댓글이 달렸을 정도인데요. 사람들은 “술에 취했다고 용서받을 수는 없다”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오줌 테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3년 칭다오의 한 맥주 공장에서 작업자가 맥주 원료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퍼지며 한국에 판매되는 칭다오 맥주의 판매율이 반토막 나기도 했는데요.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위생 관념과 노동 환경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칭다오 맥주의 경우는 해당 노동자가 불만을 품고 고의적으로 이런 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북한에도 ‘술에 취하면 개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술에 취해 인사불성의 추태를 부리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 같은 경우 보통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릴 수 있는 건 권력을 가진 간부나 그 가족들입니다. 일반 주민들은 추태를 부릴 만큼 술을 마시는 날이 많지 않죠.
얘기하고 보니 북한은 술도 술 먹고 부리는 추태도, 권력의 크기에 좌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