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당들, 여름 장사 위해 단고기 확보경쟁

앵커: 북한 식당들이 삼복 더위에 잘 팔리는 단고기장(보신탕, 개장국) 재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수매원들이 먼 농촌에까지 가서 각 주민 세대를 돌며 영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단고기(개고기)는 몸이 쇠약하거나 허약할 때 먹는 보약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평양과 지방에 단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으며 당국이 매년 전국적인 단고기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더위가 시작되면서 단고기 식당을 찾는 사람이 늘고있다”며 “각 식당들이 삼복 더위 기간에 사용할 단고기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식당 수매원들이 단고기 확보를 위해 농촌 지역 주민 세대를 한 집, 한 집 돌고 있다”며 “넘겨받은 개를 그날 가져가기도 하지만, 일주일 혹은 열흘 후 이렇게 날짜를 정해 가져가기로 집주인과 약속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냉동한 음식 재료로 만든 단고기장은 맛이 좋지 않아 북한 주민들이 당일에 손질해 만든 단고기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수매원들이 개를 사갈 때 가져갈 날짜를 달리 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생활형편이 괜찮은 사람들은 삼복 더위를 잘 넘기기 위해 적어도 한번은 단고기장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청진에 있는 ‘경성단고기집’은 삼복 기간에 줄을 서 기다려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여름에 돈을 잘 벌자면 각 식당이 날짜 별로 단고기 재료를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는 가가 중요하다”며 “도시나 읍내에서 키우는 개는 대부분 가져갈 주인이 이미 정해져 있어 수매원들이 먼 농촌까지 나가 영업을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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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시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국영 식당은 물론 집이나 시장 주변에서 하는 개인 음식 매대(가게)도 여름 한철 단고기장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며 “식당 별로 단고기 확보가 전쟁”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친척을 만나러 선봉구역 백학동에 갔다가 친척 네 옆집에서 키우는 누렁개 두 마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수매원들이 다투는 모습을 봤다”며 “요즘 이런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수매원들이 개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여름 한철 단고기장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어떤 단고기 식당은 종업원들에게 이른 봄부터 여름에 사용할 단고기 50kg, 혹은 100kg을 확보하라는 수매 과제를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18년 7월, 평양의 개고기 전문 식당인 ‘평양단고기집’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평양의 개고기 전문 식당인 ‘평양단고기집’ 2018년 7월, 평양의 개고기 전문 식당인 ‘평양단고기집’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AP)

펠라그라 치료에 좋다고 알려진 단고기장

소식통은 “단고기 식당은 여름철 건강을 위해 찾기도 하지만 인사 차림이나 손님 대접을 위해서도 찾는다”며 “특히 단고기장이 펠라그라(홍반병) 치료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어 가족 중 펠라그라 환자가 있다면 꼭 먹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펠라그라는 비타민 B에 속하는 니코틴산이 부족해 생기는 병으로 손발, 목, 얼굴 등 햇볕을 쬐는 피부에 홍반이 생기거나 심한 가려움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다양한 채소와 계란, 육류 등을 먹지 못하고 옥수수만 주식으로 먹는 북한에서 아이나 노인들이 이 병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각 식당들이 여름 돈벌이를 위해 단고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많은 주민들이 단고기장 한 그릇 먹어보기 쉽지 않다”며 “지역과 식당마다 다르지만 단고기장 한 그릇 가격이 보통 5~10만원(미화 1.8~3.6달러)인데 이 돈이면 쌀 2.5~5kg을 살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