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진수식 도중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북한 구축함이 약 2주 만에 바로 세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현지시간으로 3일 전날 촬영한 상업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달 21일 진수식 도중 옆으로 넘어졌던 북한의 5천 톤급 구축함이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위성사진에서 선체 일부는 옅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선미 부근의 헬기 착륙지점 표시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북한 구축함이 서 있는 모습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주 만입니다.
매체는 넘어졌던 북한 구축함을 세우는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작업자들이 부두에서 선박에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밧줄을 당기는 모습이 확인됐다는 설명입니다.
매체는 30개 이상의 풍선이 구축함 한쪽 면에 배치됐는데, 당초 풍선이 선체의 침수를 막기 위한 용도로 추정되기도 했지만, 이는 선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매체는 지난달 29일 위성사진을 토대로 구축함의 소나, 즉 음파 탐지기 부분에 손상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이를 수리하려면 구축함을 물 밖으로 꺼내 대형 건선거 등으로 옮겨야 하지만 청진 조선소에는 이러한 시설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체는 2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구축함 선두 부분은 여전히 육지에 있는 모습인 것에 대해 “현재 배는 바로 세워졌지만, 선두가 여전히 진수장치 위에 걸려있는 상태로, 먼저 선두를 수리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3일 사고조사 그룹 조사결과, “초기 발표와 달리 선저 파공, 즉 구멍이 없었다”며 “침수 격실의 물을 빼고 함수 부위를 진수대에서 분리해 함정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2~3일, 측면 복구에 10여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달 말 예정된 당 중앙위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전까지 구축함을 ‘원상 복원’하는 작업을 무조건 완결하라고 지시내린 상태입니다.
“북, 구축함 복원 과정에 상당한 진전”
한국 잠수함연구소의 최일 소장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구축함을 똑바로 세운 것은 복원 과정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소장은 또 북한 매체의 발표처럼 선저 파공, 즉 구멍은 발생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주 심각한 수준의 침수는 없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최 소장은 청진 조선소의 수준과 관련해서도 상대적으로 북한 조선 기술이 낙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의 경험 또한 축적된 상태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배를 이제 일단 세웠으니까 복원하는 과정에 있어서 상당한 진보가 있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침수라는 것은 조금은 됐겠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죠. 이제 무게 중심을 잡고 물에다가 집어넣겠죠. 북한이 낙후되어 있지만 역량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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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고가 발생한 구축함을 성공적으로 복원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의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선박을 진수 전 상태로 복원하기는 어렵다며 “선박을 수직으로 세운 뒤 전선 및 장비 교체, 염수로 인한 부식 제거 등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구축함 진수식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달 25일 북한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구축함 진수사고 관련 조사 사업이 심화되고 있다”며 “강정철 청진조선소 기사장, 한경학 선체총조립직장 직장장, 김용학 행정부지배인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