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검찰소 동원해 ‘모내기 전투’ 통제

앵커: 식량 증산이 다급한 북한 당국이 올 봄 ‘모내기 전투’를 검찰소, 즉 검찰을 동원해 강력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검찰소 간부가 매일 현장을 돌며 농촌 동원 인력과 실적을 따지는 건 처음이라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한해 농사에서 중요한 공정인 봄 모심기와 가을 수확을 전투에 비유합니다. 일명 ‘모내기 전투’, ‘가을걷이 전투’라 부르는데 이 기간 전국의 공무원, 근로자, 군인, 학생들이 농촌에 파견돼 농사일을 돕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7일 “당국이 식량 증산을 위한 ‘모내기 전투’를 제 날짜에 충실히 끝낼 데 대해 강조하고 있다”며 “검찰소를 동원해 ‘모내기 전투’와 농촌 지원 전 과정을 감시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검찰소가 ‘모내기 전투’ 감시를 위해 지역 내 각 농장에 검사를 파견했다”며 “매일 검사가 작업반, 분조를 돌며 공장 기업소 별로 정해진 농촌 지원 인력을 제대로 보장했는지, 하루 작업 과제를 원만히 수행했는지 따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모내기 전투’에 동원되는 인원 보장과 작업 실적 같은 건 인민위원회 노동부가 주로 통제했다”며 “검찰소가 나서 직접 통제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검찰소를 내세워 ‘모내기 전투’ 진행 과정을 엄하게 통제하는 것은 그만큼 올해 농사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할 일이 태산 같은 공장 기업소들의 실정도 정말 어렵다”며 “국가가 정한 생산계획을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 당국이 하달한 여러 명목의 사회적 과제도 수행해야 하고 평양시 건설을 비롯한 각종 건설 돌격대에도 정해진 인원을 파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일부 기업소들이 당국이 지정한 농촌지원 노력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맡은 모내기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향(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법을 휘둘러 엄포를 놓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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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12일에 열리는 연례 모내기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모를 심고 있다. / AFP (AFP)

함경남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요즘 검찰소의 권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며 “각 방면에서 법 집행, 법 통제 등 법과 관련한 술어가 자주 언급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강조되는 사업은 ‘모내기 전투’”라며 “당국이 작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기 위해 검찰소를 내세워 동원 노력(인력) 실태, 하루 모내기 실적 등을 깐깐히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검찰소가 농촌 동원 노력을 보장하지 못했거나, 하루 작업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기관 책임자를 안전부 구류장에 가두는 처벌을 준다”며 “리원군의 한 기업소 지배인은 당국이 정해준 15명의 농촌 동원 인원 중12명만 동원시켰다는 이유로 이틀간 구류장에 갇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 기업소의 책임 일꾼을 범죄자를 가두는 구류장에 넣어 망신을 주는 건 참 고약한 처사”라며 “그러고는 해당 기업소에 ‘너네 지배인이 빨리 나오게 하려면 정해진 농촌 동원 인원을 100% 보장하라’는 독촉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국가 생산 계획 같은 법적 성격을 띠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 어쩌다 한번 보여주기 식으로 간부들을 처벌했는데 요즘은 쩍하면 법적 처벌을 떠들고 있다”며 “요 몇 년간 당국이 각종 지시와 정책을 남발하면서 그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