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인민생활 향상을 목표로 올해도 전국 20개 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지방공업공장으로 인해 오히려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내각 지방공업성은 지난 4월 초, 평양에서 ‘전국 식료품 전시회’를 개최한데 이어 4월 말 또 다시 ‘전국 지방공업공장 제품 품평회’를 개최했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들도 지방공업공장의 생산 정상화를 연일 강조하면서 ‘지방중흥시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지 주민들은 지방공업공장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6일 “올해 양강도는 자금 사정으로 대홍단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포기하고, 김정숙군 한 곳에만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며 “현재 김정숙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은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숙군 지방공업공장은 신파역에서 가까운 장진강과 압록강의 합수목에 건설되고 있다”며 “12군단 산하 124연대와 양강도 청년돌격대, 김정숙군 당원돌격대와 여성동맹 돌격대, 김정숙군 노동교양대 수감자들이 건설에 참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3월 중순까지 기초공사를 마치고 지금은 건물 골조공사가 한창이지만 지방공업공장을 바라보는 양강도 주민들의 희망은 예전 같지 않다”며 “지방공업공장이 완공된다고 해도 인민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양강도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지방공업공장에 대한 양강도 주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된 것은 김형직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눈 여겨 보았기 때문”이라며 “죽도록 고생하면서 건설해 놓은 공장이 가동을 못하고 멎어 있는데다 앞으로도 생산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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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8일 “신문과 방송에서 지금 건설중인 지방공업공장들은 일언반구도 없고, 이미 완공된 지방공업공장의 생산 정상화만 줄기차게 떠들고 있다”며 “이미 건설해 놓은 지방공업공장도 돌리지 못하면서 왜 지방공업공장을 자꾸 새로 건설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평”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과거 양어장 건설, 남새온실, 교통공원과 율동영화관을 비롯해 돈만 날린 건설들을 일일이 꼽자면 끝도 없다”면서 “중앙의 간부들이 인민들 속에 들어와 허심 하게 마음을 나누었다면 이렇게 돈만 날리는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원료기지 조성이 식량난을 초래할 수도
소식통은 “지금 지방공업공장에 원료, 자재를 공급한다는 구실로 나라의 가는 곳마다 수많은 농경지들을 침범해 원료기지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미 있는 경공업공장들도 원료, 자재가 없어 가동을 못하고 있는데 지방공업공장을 위한 원료기지까지 조성하게 되면 농경지가 줄어 식량난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이미 전국에 20개의 지방공업공장을 시범적으로 건설했으면 자신감이 넘쳐야 하겠는데 오히려 지방공업공장을 둘러싼 패배감만 높아지고 있다”며 “간부들조차 지방공업공장을 가리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제대로 된 타산도 없고, 이렇다 할 전망도 없는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이제라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지방공업공장 건설이 숱한 돈만 날리고 빈곤을 재촉하게 되리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양강도 주민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