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4월 개최된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유튜버들이 평양의 최근 모습을 영상으로 올리고 있어 주목되는 가운데 일부 영상에서 ‘봉인된 맨홀’이 포착돼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던 영국과 러시아의 유튜버, ‘매트와 줄리아’(Matt and Julia)는 방북 후인 지난달 11일 ‘2025년의 북한 내부’(INSIDE NORTH KOREA IN 2025)라는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이 영상은 ‘매트와 줄리아’가 지난 3일 방북해 평양 마라톤 참가 전날까지 평양시 중심가를 관광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 ‘봉인된 맨홀’이 포착돼 주목됩니다.
영상에서 유튜버 줄리아는 북한의 만수대예술극장과 인민대학습당 인근의 분수 공원에 도착해 ‘봉인된 맨홀’을 발견하고는 “(북한에서는) ‘맨홀 뚜껑이 왜 봉인돼 있지?’와 같은 사소한 모든 것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김일성경기장을 출발점으로 평양 시내를 달리는 마라톤 영상에서도 종종 맨홀들이 발견됐지만 분수 공원에 있던 맨홀들과는 달리 봉인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지난 2015년경 한국에 입국한 평양 출신 탈북민, 김나현(가명) 씨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평양에서 거주할 때 봉인된 맨홀은 본적이 없다”며 “다만 평양 중구역 쪽에는 일반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기관들이 모여 있어 이와 관련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상태로 며칠동안 방치돼 있기도 했다”며 “적어도 이번 평양 마라톤을 위해 맨홀을 봉인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봉인된 평양 맨홀, 김정은 호위·경호 목적”
일각에서는 김일성광장에서 그동안 열병식 등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참관하는 대규모 행사들이 빈번하게 열렸고 이에 따라 김 총비서의 호위·경호 목적으로 특정 시점부터 김일성광장 주변의 맨홀을 모두 봉인했다는 추측이 제기됩니다.
최근 들어 뜸해졌지만,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김일성 광장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김일성 주석의 생일, 정권 수립일, 정전협정체결일, 당 창건일, 당대회 등을 계기로 대규모 열병식이 잇따라 진행됐습니다.
유튜버 ‘매트와 줄리아’의 영상 속에서 ‘봉인된 맨홀’이 발견된 곳은 만수대예술극장과 인민대학습당 인근의 분수 공원으로 김일성광장까지의 거리는 500미터에 불과합니다.
또한 김일성광장 주변에는 내각종합청사, 외무성, 러시아 대사관 등 주요 기관이 자리잡고 있어 이에 대한 보안 차원의 조치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2010년대 후반 김 총비서에 대한 호위사업 차원에서 김일성광장 주변의 맨홀이 모두 봉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적어도 2019년 8월 이전부터 맨홀이 봉인돼 있었다”며 “현재는 어느정도 수준까지 이 같은 조치가 확대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1호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면 행사가 진행되기 일주일 전부터 맨홀 뚜껑을 모두 열고 그 안을 100% 확인합니다. 호위하는 사람들이 지하 통로들까지 100% 다니면서 하나하나 체크해요. 폭발물이 있는가 없는가도요. (그리고) 맨홀 밑의 지하통로 등으로 호위사업에 지장이 있다는 말을 2015~2016년 경에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한국 정부 “북, 평양마라톤 개최로 외국인 관광 재개 의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 호위총국에 근무했던 탈북민도 자유아시아방송에 “그 당시에도 맨홀 봉인과 관련한 지시가 있었다”며 “경호, 호위에서 난제는 지하통로와 구조물 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