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새로 만든 텔레비죤 연속극 ‘백학벌의 새봄’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농촌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4월 초부터 새로 만든 텔레비죤 연속극(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각 시, 군 영화관들에서 상영하고 있는데 연속극을 둘러싼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 “오늘 혜산영화관에서 새로 나온 텔레비죤 연속극 ‘백학벌의 새봄’ 제16부를 관람했다”며 “‘백학벌의 새봄’은 한 개 부가 1시간 10분인데, 총 20부작인 텔레비죤 연속극”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연속극은 4월 1일부터 혜산영화관에서 상영하기 시작해 오전 10시부터 11시 10분까지, 오후 3시부터 4시 10분까지 한 개 부를 하루 두번씩 상영하고 있다”며 “1부는 4월 1일, 2부는 4월 3일, 이렇게 이틀에 한개 부씩 상영되다 보니 이제야 16부를 상영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백학벌의 새봄’은 199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석개울의 개봄’과 같이 농촌을 주제로 한 연속극”라며 “초반엔 ‘석개울의 새봄’과 같은 긴장감을 예상하며 상당히 기대감이 높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보기 민망한 장면들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학벌의 새봄’은 농촌의 한 초급당비서가 김정은의 지시대로 ‘분조관리제’를 성실히 실행하는 내용”이라며 “그 결과 농민들에게 현물 분배 약속을 지키고, 자체로 문화 주택을 건설해 농촌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으로 만든다는 허황된 내용”이라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농촌의 어두운 현실, ‘분조관리제’의 불공정한 내막은 모두 감추고 무작정 당과 수령의 지시를 따르라는 것이 연속극의 선전”이라며 “우리나라(북한)에 당과 수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어디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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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혜산영화관이 주민들에게 문을 연 건 새로 나온 예술영화 ‘대결의 낮과 밤’ 상영 이후 처음”이라며 “새해 첫 날 ‘대결의 낮과 밤’을 상영한 후로 영화관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주요 명절이면 영화관에서 김일성, 김정일 기록영화(다큐멘터리)라도 상영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록영화들을 도당과 시당 회의실에서 상영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화관은 있으나 마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백학벌의 새봄’은 김정은이 제시한 ‘자력갱생’과 ‘분조관리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연속극”이라며 “하지만 ‘분조관리제’는 2012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고, 농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주민들의 외면 받을까 표 값도 올리지 못해
또 소식통은 “현실을 하도 왜곡하다 보니 ‘백학벌의 새봄’은 텔레비죤 연속극임에도 텔레비죤(TV)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다”며 “다른 영화들에 비해 상영 기간도 (드라마 한 회가) 하루 뿐이고, 표 값도 1,500원(미화 0.06달러)으로 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4월, 처음 상영한 전쟁영화 ‘72시간’은 표 값이 3만원(미화 1.25달러)이었고 상영 기간은 한달 반이었다”며 “올해 처음 상영한 예술영화 ‘대결의 낮과 밤’은 전기 사정으로 상영 기간이 3일이었지만 표 값은 2만원(미화 0.83달러)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