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양시 중심부에 위치한 미래과학자거리 53층 아파트 주민들이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평양 시내 중심에 건설된 주택 지구로 2015년 11월 준공됐습니다. 전체 가구수는 2584세대(가구)로 핵, 미사일 개발에 관여하는 과학자, 기술자들이 주로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53층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천구역 미래동에 있는 53층 아파트는 미래과학자거리를 대표하는 상징 건물”이라며 “구석구석 벽에 금이 가고 벽체 미장과 타일이 떨어지고 있어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원자핵 모양으로 건설된 이 아파트는 주상복합 건물로 당국이 붙인 명칭은 ‘은하’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꼭대기에는 높이 24m, 무게 40여 톤에 달하는 지구와 위성을 형상한 상징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는 “새 거리가 건설된 당시 당국은 53층 아파트를 가리켜 지금까지 건축물 중 최고, 평양의 자랑이라 선전했다”며 “그런 건물이 건설된 지 10년이 되자마자 여기저기서 결함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자기 집이나 집 가까이 벽체에 금이 간 주민들이 더 불안해 하고 있다”며 “2014년 5월 안산 1동에서 23층 아파트가 붕괴된 사건을 입에 올리는 주민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14년 5월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 1동에 있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돼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여파가 얼마나 컸던지 며칠 후 당국의 지시로 인민보안상(현 사회안전상),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이 주민과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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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양시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미래과학자거리 53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건물 붕괴를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2~3년 전부터 아파트 벽체를 미장한 시멘트와 타일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벽체 여러 곳에 금이 간 것이 발견되었다”며 “유달리 기온이 낮았던 올 겨울에 외부 벽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벽체가 갈라지는 게 아닌지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젊었을 때 한자리 했던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벽에 금이 가고 타일이 떨어져 위험해 보인다고 구역 당과 시 당에 신소(민원 제기)했으나 아직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온 평양시가 5만세대 주택 건설에 들볶이는 상황에서 이미 완공된 아파트 벽에 금이 가거나 미장이 떨어진다고 띠끔해 할(신경 쓸) 당국이 아니”라며 “평양 시내 아파트 중 벽체 미장이 떨어지거나 금이 간 아파트를 조사하면 셀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원인은 당국의 ‘속도전’ 요구
“모든 건 질은 안중에 없이 빨리 건설할 것을 요구하는 당국의 ‘속도전’ 때문인데 53층 아파트도 전문 건설사업소가 아니라 군부대가 동원돼 9개월만에 완공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다 엉터리”라며 “최근 건설되는 새 거리나 아파트를 보면 겉 모습은 번듯하지만 건설물의 질은 과거에 지은 아파트 보다 못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