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미협상 지렛대 위해 ‘4차 북핵위기’ 조장 가능”

앵커: 북한이 더 큰 지렛대를 보유한 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기 위해, 향후 7차 핵실험 등 4차 북핵위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총리실 산하 연구기관 통일연구원(KINU)의 박형중 초청연구위원이 21일 민간 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을 통해 발표한 ‘김정은의 대 트럼프 정책’ 보고서.

박 초청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개시 채근을 미국의 힘의 열세와 결의 부족의 표현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힘의 극대화를 통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 유효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미국을 향해 요구 수준을 높이며 경직된 자세로 강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과거 양보 조치에 더해 어떠한 추가적인 양보를 받을 수 있을지 탐색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박 초청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초청연구위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종전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장에서 점한 우위를 바탕으로 협상 속도를 늦추며 요구 수준을 높이는 모습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KINU) 초청연구위원] 이를테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는 우크라이나인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거래를 하는 것이죠. 북한도 한국을 제끼고 미국하고 직거래하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 목표입니다.

이와 함께 박 초청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협상 지렛대를 갖기 위해 압도적인 힘의 과시, 위기 분위기 고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위기 유발이 북한에게 있어서도 위험스러운 조치이기는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한층 고도화된 핵미사일 역량, 유리해진 동아시아 구도 변화 등을 감안할 때 또 한 번의 미북 간 담력 경쟁에서 자신들의 승리 확률이 훨씬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박 초청연구위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다탄두 각개목표 재진입체(MIRV) 기술 확보를 위한 실험 등을 감행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기간에 이른바, 4차 북핵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KINU) 초청연구위원] 일단 7차 핵실험 그다음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 그다음에 MIRV라는 게 있죠. 기본적으로 그것이겠죠. 북한으로서는 기회를 보겠죠. 그러니까 어느 시점에 내가 행동하는 것이 가장 내게 유리한가 를 보겠죠.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내가 고집을 부리면 조금 괴롭기는 하겠지만 결국 내 고집이 관철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죠.


관련 기사

“김정은, ‘미 MD 무력화 능력 확보’ 이후 미북협상 구상”

“북, ‘북러관계’ 강화 이후 ‘대미관계’ 재구축 모색”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평양의 해방탑에서 진행된 헌화식에 앞서 함께 걷고 있다. (AFP)

같은날 한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한국국방연구원(KIDA)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동아시아연구원(EAI)을 통해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의 김정은의 전략적 선택’ 보고서에서 “북한은 북러 양자관계가 모든 영역에서 빠르게 협력이 진행되는 만큼 비핵화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핵동결 내지 핵감축협상 등 이른바 스몰딜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무언가 받을 만한 것이 있을 때 가능한데, 현재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기보다는 북한 핵을 용인하며 대북제재를 우회해주는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북, 대미협상에 기회주의적 접근할 것”

미북 협상에 대한 북한의 속내와 관련해 박형중 초청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정부 임기를 넘어서서 준수되어야 하는 협약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다만 박 초청연구위원은 상호 신뢰가 없다고 해서 가짜 협상조차 안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고, 이 경우 북한이 일회성의 전술적 이득 획득에 기회주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미북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핵 협상타결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를 실질적인 목적으로 삼으면서, 북한의 국제적 대내적 지위 고양, 한미관계를 이간하는 효과 등을 거두고자 할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한편 북핵외교기획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건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부모임 ‘내일’ 회동에서, 북한이 미북 협상에 앞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세 가지 능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핵탄두 소형화 기술, 다탄두 기술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달 27일 북한이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 및 대중관계 개선 모색을 우선시하고 미국, 한국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