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21일 오전 7시 35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단은 22일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교황 빈소를 마련했습니다.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분향을 마친 한 권한대행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회와 전 세계 신자들에게 깊은 영적 가르침과 믿음의 유산을 남기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늘 겸손하고 소탈하신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 깊은 감사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명의로 애도의 조전을 발송했지만, 조문사절단 파견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세계 천주교인들과 슬픔을 같이 하며 진심 어린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낸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당시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한 조문 사절단을 파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간절하게 기원해온 교황은 평화 동력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끝내 이북 땅을 밟지는 못했습니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한국대사가 최근 내놓은 저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에 따르면 교황청은 지난 2018~2019년 교황 방북을 추진하면서 최소한 베트남(윁남)이나 중국만큼이라도 선교 자유를 얻어내길 기대했습니다.
당시 교황청은 교황 방북에 정치적 시선이 과도하게 쏠리는 분위기를 무척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북한 측에 선교 자유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려 했다는 설명입니다.

교황청 내에서도 교황 방북이 체제 선전에 이용당할 우려 등이 제기됐지만, 교황이 스스로 선교사를 자처하며 사제가 없는 북한에 갈 것이란 의지를 나타내면서 방북이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북한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경우 파견할, 한국어와 이탈리아어 등을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이 아닌 제3국 출신 신부를 미리 파악해 놓았지만 2019년 초 이른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교황 방북도 동력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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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2022년에도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을 만나 초청장을 보내주면 기꺼이 북한에 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교황은 방북 의지를 거듭 나타내왔습니다. 이종주 당시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2022년 11월)] 교황의 북한 방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증진하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일부도 남북관계 주무부서로서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남북 간 평화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도 방북 타진했지만 무산
지난 2005년까지 재위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방북 가능성을 두고 주목 받았지만, 역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00년 3월 초 한국 국가 원수로선 처음으로 교황청을 국빈 방문해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났고,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같은 해 6월 평양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교황 방북 가능성을 타진했고, 김 위원장은 “그렇다면 오시라고 하라”며 간접적으로 교황을 초청했다고 당시 청와대 측은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가톨릭교회를 인정하고 가톨릭 신부의 입북을 허용하라는 교황청의 요구에 북한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